대학생이 되면 해보고 싶었던 여러 가지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알바! 뭔가 알바를 해서 돈을 직접 벌면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나 보다. 그래서 20살이 되자마자 알바 자리를 찾아봤었다. 근데 어쩌나,,, 나는 부산 사람이지만 대학은 부산이 아니다. 단기로만 일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알바들(영화관, 카페, 학원 등)은 단기론 뽑지 않는다. 그래도 알바를 무조건 해보고 싶었던 나는 '편의점 알바'에 지원하게 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어려운 경기에도 알바를 뽑는 사장님의 마음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이 점을 자기소개서와 면접에 많이 녹여냈다.
예를 들어 사장님께서 "마지막으로 할 말 없어요?", "혹시 궁금한 거 있어요?"라고 물어볼 때 나는 "저 마지막으로 어필할 수 있나요? 저는 돈을 받는 만큼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일을 할 자신이 있습니다. 맡겨만 주세요!"라는 식으로 말을 자주 했었다.
그런 덕분인지 알바 면접을 봤었던 곳 중에서 1곳을 빼곤 다 붙었다. (한 곳도 좋게 봐주셨는데 남자 우선 채용...ㅜㅜ)
+점장님과 면접을 볼 때 밝은 사람임을 보여주려고 했던 거 같다. 평소에 스몰토크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면접을 볼 때도 먼저 질문도 하고 신나게 답변도 했는데 이 점도 점장님이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내가 지원했던 곳은 세븐일레븐 편의점이다. 근데 본사에서 직접 운영/관리하는 직영점이라 뉴스에서 보던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주휴수당도 잘 챙겨주시고 너무 마음이 따뜻해지는 곳이었다. (일하던 날 중에 내 생일이 있었는데 점장님이 생일 축하한다고 선물까지 주셨다. 또 입학하기 전 20살은 백수인 거 알지요? 그래서 대타도 좀 나갔는데 그때마다 너무 고맙다고 말해주시는 것까지! 지금 생각해 보면 난 첫 알바를 너무 멋진 사람들이랑 했었네...)
다시 돌아와서 내가 편의점에서 주로 했던 일은 4가지로 나뉜다.
(1) 상품 진열하기
(2) 푸드 제조하기
(3) 계산하기
(4) 청소하기
1. 상품 진열하기
상품 진열은 너무 쉽다. 매대에 선입선출 방식으로 정리를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오예스를 매대에 놓으려고 할 때 상자에 있는 유통기한을 본다. (아마 유통기한이 다 같진 않을 것이다.) 그런 다음 유통기한이 빠른 상품이 가장 먼저 팔리게 젤 앞에 둔다. 이게 선입선출이다.
또 편의점 알바를 하는 분들은 페이스업이라는 말도 자주 듣게 되는데 페이스업은 상품이 앞으로 오게 만드는 것이다. 손님이 물건을 사가면 그 공간이 빌 것이다. 그 공간을 없애주는 것이 페이스업이다.
2. 푸드 제조하기
내가 일했던 편의점은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본사에서 관리/운영하는 직영점이다. 직영점 알바는 좋은 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무조건 FM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편의점 알바생보다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푸드 안 하는 편의점도 있지만 내가 일했던 곳에서는 했었다.
제조방법은 간단하다. 전자레인지에 돌리거나 튀김기에서 튀기고 진열장에 진열하면 OK!/겨울에는 고구마도 해야 하는데 이것도 매뉴얼대로만 따르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푸드 제조 때문에 보건증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보건증을 미리 발급하면 좋다)
3. 계산하기 및 4. 청소하기
이건 설명할 게 없다. 하지만 엄청 중요하다
요즘은 카드 결제로 많이 결제하지만, 간간히 현금으로 결제하는 손님들이 있다.
계산을 똑바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근무자 와서 시제 점검할 때 돈이 빈 만큼 내 소중한 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한 번 실수를 했었는데 그때 정신을 차렸는지 다음부터 그런 실수는 없었다.
팁을 하나 주자면 절대로 자기 머리만 믿고 거스름 돈을 거슬러 주지 말 것. 포스기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계산을 해주니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 외 여러 썰들
1. 내가 일했던 시간에 항상 막걸리를 사가는 손님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스몰토크까지 하는 사이가 되었다. 자잘한 간식도 종종 주시기도 하고,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마지막 날에 나도 선물 들고 갔는데 그날에 그분이 안 오셨다ㅜㅜ. 막걸리 손님 지금도 잘 지내시고 계신지 모르겠다. 잘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2. 초등학생 손님은 너무 귀엽지만, 손님들이 한번 다녀가면 난장판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ㅎ
교대시간 바로 직전이라서 걸레로 다 닦고, 책상까지 예쁘게 정리했었는데 다시 청소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3. 편의점에 자주 오시는 손님 중에서 항상 같은 담배를 사가시는 손님이 있다. 그 손님을 000(담배이름) 손님이라고 부르고 손님이 편의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담배를 꺼내놓는다. 적중률 99.9%
근데 가끔씩 담배는 안 사가시고 다른 거만 사가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괜히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23살이 된 지금, 다른 알바들도 하면서 느꼈지만 일은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는지에 따라서 즐거움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내가 일했던 편의점은 점장님도 그렇지만, 다른 알바생들도 너무 좋은 분들이었다.
편의점 알바가 다른 알바에 비해 난이도가 쉽다곤 하지만 알바 경험이 하나도 없는 나에겐 다 처음이라서 어려웠던 적이 있다. 근데 그럴 때마다 같이 일하는 분들이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도와주셔서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그만둘 때쯤에는 나도 내가 배웠던 걸 최대한 다음 분에게 잘 전달하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문득 생각해 보니 이럴 수 있었던 이유가 모두 같이 일했던 분 덕분에 존재할 수 있던 것이라 생각한다.
또 알바를 하면서도 의사소통과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내가 손님에게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가게의 매출이 달라질 수 있다곤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알바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일하는 시간에도 일명 '빌런'이라고 하는 손님이 종종 오셨는데 최대한 본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친절하게 대하다 보니 그분도 점점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도 느꼈다.
물론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적도 있지만 너무 행복했다. 미래에 내가 일할 직장에도 이런 멋진 사람들이 가득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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