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가 다현의 몸을 삼켰다.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머리칼과 잘록한 허리, 밤을 새워 지분대던 가슴과 길쭉한 다리, 사랑을 나눌 때면 천장을 향해 만족스러운 듯 뻗던 희고 긴 손가락이 기억과 함께 호수 바닥으로 사라졌다"
영주와 결혼생활에 지친 주인공 준후는 도망치듯 시골에 있는 은파고등학교로 가서 교사로 일하게 된다. 그곳에서 준후는 그의 반 학생인 다현과 불륜을 저지른다.
그날도 다현이 늦은 밤 학교 경비원 황권중을 피해 준후를 찾아왔었다. 준후는 또다시 다현과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여운을 느끼고 있을 때, 황권중의 소리가 들리자 준후는 이를 피하기 위해 다현에게 메시지를 보낼 테니 그때 나가라며 먼저 나선다.
준후는 황권중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리기 위해 그와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가기 위해 다시 학교로 들어왔다. 근데 계속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다현의 벨 소리다. 다현은 분명히 가고도 남을 시간인데, 이상하다.
준후는 주저 없이 교실로 다가가 문을 힘껏 밀어 열었다. 다현이 장난을 친 것이라면 엄하게 혼을 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의 예상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었다.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 다물어지지 않을 듯 크게 벌어진 입은 신음 소리만 겨우 내고 있었다. 찢어질 듯 크게 떠진 눈은 그곳에 붙박인 채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는 숨을 쉬지 못했다.
교실 천장에 목을 매단 다현의 나체가 힘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가 보았을 때 분명 이건 타살이었다. 자살한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현을 죽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큰 문제가 있다. 다현의 몸에 그의 정액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그가 사랑했던 다현을 함께 있던 칼과 함께 삼은 호수로 던진다.
*스포주의
ㅣ소설의 결말
김준후 씨, 당신을 채다현 시체 손괴 및 유기 혐의로 체포합니다.
다현의 엄마는 문제를 일으키고 자살하는 순간까지 자식을 걱정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기대던 할머니는 죽었다. 사랑하는 남자는 자신을 버거워했다. 그 남자의 아내는 다현을 모욕하고 저주하고 때렸다. 오랜 친구를 잃었다. 사기 사건의 피해자인 조미란이 학교에서 다현과 마주칠 때마다 어떤 시선을 보냈을지는 뻔했다.
형사 강치수의 강한 압박으로 네덜란드로 도망갈 준비를 마친 준후는 공항으로 가지만, 공항에서 결국 체포당한다. 그리고 강치수를 통해 엄청난 사실을 듣게 된다. 다현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던 것이었던 것이다. 준후는 실형 3년 6개월을 받고 선고받으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소설 속 반전 및 궁금증 해결 포인트 3
1. 경비원 황권중을 죽인 범인
은파고등학교 교사인 조미란은 아들(정은성)이 있다. 은성과 다현은 어렸을 때부터 친한 사이였지만 다현의 어머니가 은성의 아버지에게 사기를 치는 바람에 은성의 아버지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 후로 은성이 다현을 심하게 구타하는 등 둘의 사이는 급격하게 나빠진다.
다현이 사망한 그날에도 은성은 다현에게 나올 것을 명령한다. 그로 인해 자신의 아들이 다현을 죽인 것이라 오해한 조미란은 독성물질인 프로말린으로 황권중을 죽이게 된다. (황권중이 살인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까닭.)
소설 속 반전 및 궁금증 해결 포인트 3
2. 채다현의 성별
준후는 저항하듯 벌떡 일어섰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강치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준후를 똑바로 응시했다.
"가능합니다. 남학생이니까요."
다현이라는 이름은 주로 여자들이 많이 쓰는 이름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아직 동성애가 보편적이지 않아서 나 또한 다현의 성별이 계속 여자라고 생각을 하고 책을 읽었었다. 근데 책의 마지막에서 다현의 성별이 남자라는 것이 드러난다.
책을 읽을 때 왜 '소설의 제목이 홍학의 자리지?' 계속 의문을 가졌는데 이 또한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홍학은 동성애가 굉장히 많이 발견되는 동물이다. 수컷과 암컷이 새끼를 낳으면 다른 수컷이 암컷을 밀어내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는 수컷과 수컷 사이에서 큰 새끼는 더욱 강하게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부분을 알고 나면 다현이 왜 홍학을 좋아했는지, 준후의 아내에게 홍학 사진을 주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소설 속 반전 및 궁금증 해결 포인트 3
3. 초반 준후의 차량이 CCTV에 찍히지 않은 이유
초반부터 강치수 형사는 준후를 의심해서 차량조회를 했지만, 삼은호수 속 CCTV에 준후의 차량은 찍히지 않았다. 분명히 다현을 삼은호수에 버린 건 준후인데. 이에 대한 이유도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드러난다.
김준후 씨는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우고 채다현을 익수시켰어요. 그리고 삼일 후인 28일, 채다현이 학교에 오지 않아 찾으러 간다는 핑계로 삼은호수를 지나갔죠. 그러면서 거기에 채다현의 시신을 던졌어요. 채다현의 사망은 익사, 그것도 물에 불은 상태로 보아서 실종 직후 익수된 거라고 판단됐고, 당연히 25일일 거라고 생각됐죠. 삼은호수 입구에만 CCTV가 있었기 때문에 28일에 지나갔던 김준후 씨는 용의 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거죠.
초반 준후는 잠을 이루지 못하며 찜질방에서 씻고, 자고, 출근을 한다. 읽을 때엔 다현의 죽음 때문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아니었다. 준후는 자신을 걱정했던 것이다. 들키지 않기 위해서 CCTV를 피해 다현을 자신의 집으로 들고 와 욕조에 집어놓는다. 다현은 물을 들이마셔서 죽은 건 맞지만 실질 장기(간, 심장 등)에서는 플랑크톤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정수된 수돗물에 익사된 것을 의미한다. (호수에서 죽었다면 플랑크톤이 실질 장기에서 발견되어야 함. 심장이 뛰는 상태로 물을 흡입하면 혈류를 따라 실질 장기에 도달하기 때문.)
ㅣ생각할 거리
"내가 만약 준후였다면?"
이 책의 주인공인 준후는 고등학교 교사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직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후는 제자와 불륜을 저질렀고,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 제자를 호수에 던진다.
책을 읽으면서 '선생이 어떻게 이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계속했지만 막상 내가 준후였다면 그와 달리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는 오프라인, 온라인을 막론하고 다양한 평가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고, 그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근데 제자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 명망이 추락하는 것을 감수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 될까? 나였다면 사실대로 고백할 수 있었을까.
소설에서도 이런 이기적인 인간의 마음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분명 준후도 다현을 사랑했지만 다현이 죽고 난 이후 '차라리 다현을 죽인 것이 영주였다면 좋았을 것을'이라며 아쉬워한다. 아내가 체포되면 그가 아내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불륜을 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계속 사회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소름이 끼치기도 했지만, 나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등의 생각을 하며 반성도 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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