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시집] 차정은-토마토 컵라면 ㅣ미리 여름의 사랑과 청춘을 맛볼 수 있는 시집

부산숭숭이 2025. 4. 21. 22:02

원래 나는 시집을 잘 읽지 않는다. 추상적인 표현이 많아 마음에 바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엄청 귀여운(?) 시를 발견해서 그 시집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귀여운 시가 담겨있는 시집이 바로 차정은 작가의 '토마토 컵라면'이었다.
 

표지가 너무 귀엽다. 사길 잘했군.

 
시집 '토마토 컵라면'은 한 여름날의 사랑과 청춘을 노래하는 시로, 글을 읽다 보면 아직 여름이 아닌데 마치 여름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익어가는 토마토처럼 사랑의 달콤함, 쌉쌀함 등을 시에서 느낄 수 있다.


시집을 읽으며 마음에 들었던 시들
 

푸른 개비와 비상

 
사랑을 염원하던 너는 뜨겁게 달궈진 동굴에 들어갔지
지워진 단어를 위로하던 너는 빛나는 세상을 빚어갔지
 
그의 단어에 위로하던 네 마음이
어쩌면 허울뿐인 숨소리였던 것 같아
 
그럼에도 우리를 사랑을 계속하고
우유가 상해 녹아버릴 때까지
 
새빨간 열망이 우리를 잠식할 때까지 우리는 낡은 사랑을 할 거야
 


토마토 레시피

 
낭만 속 바닷물 20g
여름 한 스푼 50g
해변 속 뜨겁게 달궈진 조개껍데기 2개
갈대밭에 매달린 꿀 80g
 
마지막으로 뜨거운 사랑을 함께 8분 동안 구워내면
 
노을 진 들판에 홀로 남겨진 청춘의 토마토 한 송이가
 


청춘을 맞이하는 자세

 
예쁘게 포장된 사랑을 열어볼 때
우리는 서로의 숨결을 나눠 가졌어
 
꽃을 수놓은 편지지에 빼곡하게 적힌 단어들은
되짚을 때마다 사랑을 담아 보냈지
 
문 닫은 학교에 걸어둔 붉은 자물쇠는 걸어 잠굴 열쇠가 없어서 힘없이 매달려 있기만 했었지
 
우리의 청춘이 지나고 어른이 되었을 때
 
돌아보면 그 자물쇠가 걸맞을 열쇠는 어쩌면
 
우리의 하나뿐인 순수였을 거야
 


꽤 당연한 여름 이야기

 
여유로운 시간의 유리컵 안에는 얼음이 가득
창밖의 뜨거운 열기는 얼음의 테두리처럼 천천히 핥아먹는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깨먹는 얼음은 아주 달콤하고 어지러운 맛
휴지 조각에 빼곡히 적힌 편지는 언제나 소중한 마음
 
뜨거운 열기가 가고 찬바람이 불 때면
핥아 사라진 얼음의 물기만 탁자 위에 가득
그 물에서는 뜨거운 공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딱 한 번뿐인 우리의 청춘, 우리의 여름
 


23살, 나는 어른들이 말하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 속에 있다. 근데 사는 모습이나 행동을 곰곰이 돌아보면 '난 이미 열기를 빼앗겨 녹아버린 얼음처럼 살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하고 싶은 걸 꿋꿋이 도전하는 사람을 보며 보통의 사람들처럼 '저래도 되는가, 미래가 걱정되지도 않나' 같은 극현실적인 생각을 주로 해왔던 거 같다. (오늘도 사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시를 읽고 글을 쓰면서 그렇게 함부로 타인의 도전을 평가한 나를 반성한다.)
 
나는 사람들이 청춘을 부러워하는 이유가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과 체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청춘을 어떻게 보냈지.
지금까지 모든 측면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왔는데,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소중한 청춘을 낭비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시처럼 가끔씩은 무식하게 사랑하고, 바보처럼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앞으로 남은 나의 청춘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경험해 봐야지. 그리고 타인의 청춘도 응원해야겠다. 청춘은 뜨거운 여름날의 토마토처럼 한 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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