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한 한 여성이 폭력에 저항하는 방법"
2024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설 중 하나로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실제로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읽을 정도로 집중해서 읽었다. 근데 중간에 하차하고 싶을 정도로 거북한 표현들이 있었다.)
소설은 크게 3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인공인 영혜를 주변인인 남편, 형부, 언니의 시점에서 보여주기에 영혜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는 독자가 스스로 생각을 하면서 읽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을 여러번 읽는 듯하다.
1장) 채식주의자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중략) 내가 그녀와 결혼한 것은, 그녀에게 특별한 매력이 없는 것과 같이 특별한 단점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P.9
"어두운 숲이었어. 아무도 없었어. 뾰족한 잎이 돋은 나무들을 헤치느라고 얼굴에, 팔에 상처가 났어. 분명 일행과 함께였던 것 같은데, 혼자 길을 잃었나봐, 무서웠어. 추웠어. 얼어붙은 계곡을 하나 건너서, 헛간 같은 밝은 건물을 발견했어. 거적때기를 걷고 들어간 순간 봤어. 수백개의, 커다랗고 시뻘건 고깃덩어리들이 기다란 대막대들에 매달려 있는 걸. 끝없이 고깃덩어리들을 헤치고 나아갔지만 반대쪽 출구는 나타나지 않았어. 입고 있던 흰옷이 온통 피에 젖었어...(중략) 그렇게 생생할 수 없어.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 내 얼굴이, 눈빛이. 처음보는 얼굴 같은데, 분명 내 얼굴이었어. 아니야, 거꾸로, 수없이 봤던 얼굴 같은데, 내 얼굴이 아니었어. 설명할 수 없어. 익숙하고도 낯선..... 그 생생하고 이상한, 끔찍하게 이상한 느낌을." P19
평범한 여성인 영혜는 어느 날 '꿈'을 꾼 이후로 채식을 시작한다.
아내의 역할에 익숙했던 남편은 갑자기 특이한 행동을 하는 영혜를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중요한 자리에서 조차 아내가 브래지어를 차지 않고, 채식을 하자 조치를 내린다. 처가 식구들을 부르는 것이었다.
영혜의 아버지는 자신의 뜻대로 영혜가 고기를 먹지 않자 억지로 영혜에게 고기를 먹이는데, 영혜는 끝내 고기를 거부하고 자해를 한다. 병원에 입원한 영혜는 분수 앞에서 참새를 짐승처럼 잡아뜯으며 이혼을 당하게 되며 마무리된다.
2장) 몽고반점
"아내가 "글쎄..... 나도 정확한 기억은 없는데. 영혜는 뭐, 스무살까지도 남아 있었는걸?" 하고 뜻없이 말하지 않았다면. "스무살?" 하는 그의 물음에 "응..... 그냥. 엄지손가락만하게, 파랗게. 그때까지 있었으니 아마 지금도 있을 거야"라는 아내의 대답이 뒤따르지 않았다면. 여인의 엉덩이 가운데에서 푸른꽃이 열리는 장면은 바로 그 순간 그를 충격했다. 처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사실과, 벌거벗은 남녀가 온몸을 꽃으로 칠하고 교합하는 장면은 불가해할 만큼 정확하고 뚜렷한 인과관계로 묶여 그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P.74
영혜의 형부는 비디오 아티스트이다. 하지만 2년째 마음에 드는 작품을 촬영하지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인 인혜가 영혜의 엉덩이에 있는 몽고반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자 그는 촬영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다. 그가 그토록 생각해왔던 상상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촬영에 대한 그의 제안에 대해 영혜는 아무렇지 않게 승낙한다. 영혜의 자취방에서 이루어진 세 번째 촬영의 주인공은 자신과 영혜였다. 온몸에 꽃이 가득 그려진채 시작된 성행위는 그의 카메라에 담기고, 촬영된 영상은 아내인 인혜에 의해 발견된다. 그의 가정은 이로 인해 파탄에 이르게 되며 마무리된다.
3)나무불꽃
서울에서 떨어진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영혜를 인혜는 병문안을 가게 된다. 영혜는 더 이상 물을 제외한 어떠한 것도 섭취하기를 거부한다. 자신은 나무가 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입원하고 있는 병원 측에서 더 이상 음식을 거부하면 더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진단을 한다. 언니인 인혜는 영혜에게 음식을 권해보지만 실패한다. 결국 의사와 도우미가 와서 억지로 음식물을 주입하지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영혜는 끝까지 음식을 거부하며 응급차에 실려간다.
-나의 생각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땐 '뭔 이런 책이 있어?'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었던 거 같다.
영혜가 갑자기 채식을 하게 된 이유도 이해하지 못했고, 형부와 처제가 그런 이상한 관계를 맺는 것까지 나에겐 너무 어려웠다.
보기에 거북한 묘사까지... 사실 이 책을 읽으려고 이전에 2번을 시도했었지만 도저히 역해서 계속 닫았다. 이번에 다시 용기를 내서 읽은 것이다. 그럼에도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단편적인 모습만 보지 말고 해석이 더 필요한 책이라는 주변사람의 말을 듣고 해석을 찾아보니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다.
영혜는 어렸을 때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었다. 자신을 물었던 개를 오토바이에 묶어 개가 죽을 때까지 오토바이를 몰던 아버지, 어린 시절부터 지속된 폭력. 그 상황에서 영혜가 저항할 수 있던 방법이 바로 브래지어를 풀고 다니거나, 차지 않는 등의 행위였고, 꿈을 통해 각성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각성을 했음을 알 수 있는 행위가 바로 채식인 것이 아닐까...?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의 사람들은 영혜에게 육식이라는 폭력을 행하였으며, 3장에서 인혜는 그런 영혜를 점점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알게모르게 정당화 되었던 폭력의 대상이 되었던 적은 없었는지, 또 그런 행동을 하진 않았는지 반성해볼 수 있는 책이다.
여러가지 해석은 다른 글에서도 나와있으니 참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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